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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작성자 박영희 등록일 2015.10.29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최봉영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영조와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로, 소설로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영조가 장자인 효장세자를 잃은 뒤에 귀하게 얻은 아들이 사도세자이다. 그 아들을 한창 젊은 나이인 28세에 뒤주에 가두어서 죽였다. 11세인 손자가 아비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도 묵살하며 죽인 사건, 그것이 임오화변이다. 왕인 아버지가 아들을. 그것도 다음 대를 이를 세자를 죽였다는 충격에서 두고두고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특히 요즘 상영하고 있는 영화 사도를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더욱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자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해졌다.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떤 책에서는 사도세자가 당쟁의 소용돌이에 희생된 것이라 하고, 또 어떤 설에서는 사도세자의 정신병으로 인해서 일어난 일로 얘기하기도 한다. 사도세자의 빈인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에서는 그런 사도세자의 정신질환들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이 많다.

저자는 이미 알려진 입장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대리청정을 하던 젊은 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는 당쟁의 격렬함이 있었는지 아니면 사도세자의 억울함에 맞추어서 책을 서술했는지 궁금했다. 영조와 사도세자 중에서 누구의 편에서 풀어나갈지도 관심사였는데, 나의 예상은 틀렸다.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닌 영조와 세자의 성격적 갈등에 있었다고 얘기한다. 부자의 성격이 달랐다는 것은 조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비극으로까지 이어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저자의 연구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도세자를 둘러싼 연구 내용이 더 풍부해지는구나하는 생각에 내심 흐뭇하다.

성격이 다름을 인정해주었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을. 영조는 어린 시절 어머니인 숙빈 최씨와 고립된 생활을 했는데, 어머니는 친척이 매우 적었다. 따라서 영조도 고립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또한 생모의 지위가 낮아서 푸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왕자인 자신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출신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다. 그리고 어머니 숙빈 최씨로 나타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생모를 얕보거나 괴롭히는 사람으로 나타나는 미워하는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을 구분지었다. 심지어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적용이 되어 사랑을 받는 자녀는 넘치게 사랑했고, 사랑하지 않는 자녀는 질책을 하고 꾸중을 하는 등 심하게 대했다. 사도세자는 사랑하지 않는 왕자였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태어난 지 백일 만에 생모의 품에서 떼어내어 경종이 지냈던 저승궁으로 보내 세자로서의 위엄을 갖추도록 했다. 젖먹이가 엄마와 아버지를 떠나 홀로 생활해야 했던 공간,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어린 아기의 슬픈 울음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 외로웠을 세자.

더군다나 생모인 영빈 이씨가 자주 찾아 올 수도 없는 곳, 부왕인 아버지도 오지 않는 곳에서 나인들 틈에서 자라는 세자는 부모의 정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다.

그랬기에 정치상황에 빨리 대처해서 살아야하는 부왕 영조와는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 부왕의 물음에도 대답이 느리고, 자신의 소신을 얘기하지 못하는 세자. 부왕의 질책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세자, 그래서 동물들을 죽이거나, 심지어 대항할 수 없는 내관을 죽이는 것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해소하려한 세자. 어릴 때 세자를 홀로 두지 않고 곁에서 키우면서 부모의 사랑을 알고 자랐다면, 부왕이 엄하게 야단을 치더라도 그렇게 주눅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면 임오화변같은 참극은 없었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

세자는 성년이 되자 부왕에게 반항하기 위해 영조가 싫어하는 일을 한다. 술과 여자를 경계하라는 부왕의 분부에 오히려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며 부왕의 권위에 반기를 들었다. 부왕의 질책이 심하면 두려움에 떨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해소했다. 심지어 궁궐을 나가서 여인들, 기생들을 궁으로 데리고 들어오거나,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몰래 평양으로 20여일이나 나가 궁을 비운 일 등 세자로서 자질을 의심받는 행동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경언이 세자에 대한 비행을 적은 고변서를 올리고, 이를 대한 영조의 분노는 급기야 자신의 아들인 세자를 포기하게 했다. 영조는 유독 의리에 집착을 했는데, 종묘사직을 위한 공적인 의리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사적인 의리에서 처리하는 방법이 달랐다. 영조는 종묘사직을 위해서 아들인 세자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결국에는 세자가 뒤주에 갇혀서 죽는 임오화변이 일어났다.

 

왕실에서 일어난 조선 시대의 비극적인 부자의 이야기 중에서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준다. 성리학이 국시인 나라에서 아버지에 의해 아들이 죽게 되는 이야기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슬프다.

이 책은 기존의 당쟁의 격화 속에서 희생되었다는 주장과 사도세자의 정신병이 문제가 되어서 영조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들이 부딪치는 학계에서 영조와 사도세자의 성격이 발단이 되었다는 전개가 참신하다. 물론 부자의 성격상의 차이가 임오화변의 모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서 당쟁이 끼어들 빌미가 되었다. 가볍지만 속이 꽉 찬 내용으로 이루어져 영조와 사도세자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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