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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정순왕후, 수렴청정으로 영조의 뜻을 잇다
작성자 박영희 등록일 2015.10.29

정순왕후, 수렴청정으로 영조의 뜻을 잇다

임혜련 지음 

임오화변이 일어난 기점으로 해서 이야기가 나뉘어지는 책이 두 권 있다. 최봉영이 쓴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는 임오화변으로 치닫게 되는 원인과 과정을 여러 갈래로 세심하게 살펴서 쓴 책이고, 정순왕후, 수렴청정으로 영조의 뜻을 잇다는 임오화변이 일어난 뒤의 사람들 이야기다.


나는 임오화변의 슬픔만 생각하고 다른 주위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당사자인 영조와 아들인 사도세자, 그리고 뒤주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정조,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아들의 목숨이 위태로워 온전히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는 혜경궁 홍씨 정도를 임오화변의 안타까운 당사자로 생각하였다. 물론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의 슬픔이야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들의 아픔을 세월 속에 놓아버리고 정조와 정순왕후에게 집중한다. 


정순왕후는 15살 나이에 66세인 영조의 계비로 간택되어 궁궐 생활을 한다. 꿈 많은 15, 일반 사대부와 혼인을 했더라면 알콩달콩 자식들 낳고 행복하게 살았으리라. 그녀 개인에게는 불행이요, 가문 입장에선 가세가 일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낯선 궁궐에서 정순왕후가 기댈 사람은 영조와 친정인 노론 세력이었다. 일설에선 사도세자의 참극인 임오화변은 정순왕후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노론인 친정세력의 강화를 위해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를 이간질 했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점에 대해서는 정순왕후가 결백하다고 한다. 


영조가 붕어한 후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가 등극하였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 묘를 수원 화성으로 옮기는 등 아버지를 높이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그리고 임오화변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죄를 물었는데, 그 화살은 정순왕후의 친정인 벽파 경주 김씨 세력들이었다. 정순왕후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실제로 정조가 죄인으로 귀양 가 있는 동생 은언군에게 시혜를 베풀자 그와 대립하였다. 


정조가 갑자기 승하하가, 11세의 순조가 즉위하였다. 정순왕후는 왕실의 가장 어른인 대왕대비가 되어서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 정순왕후는 선왕인 정조가 구축한 장용원을 폐지하고, 척신들을 등용하고 규장각의 역할들을 축소하였다. 정조와 배치되는 정책들을 행사했는데, 이런 점들로 정순왕후는 비난받았다. 


이 책은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하면서 따른 정치는 정조의 유지가 아닌 영조의 의리론이었다. 임오화변에 대한 영조와 정조는 의리가 달랐기 때문에 정조의 의리 대신 영조의 의리로 해석되는 순간 정국은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국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끌고 간 여성이 정순왕후다. 영조의 의리를 끌어와 정국을 노론 벽파로 만들고, 친정 경주 김씨가 다시 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절차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심이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서 수렴청정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친정 경주 김씨를 위해서 영조의 의리를 끌어온 것 뿐이다. 포장은 영조의 의리였으나 속내는 정조의 의리를 따르는 사람을 축출하는 것이었다. 


정순왕후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정순왕후는 정조의 발걸음을 잡는 독기 품은 여인 같은 이미지로, 순조 대 천주교인들에 대한 신유박해로 무자비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책은 궁궐에서 외로웠을 그녀의 처지를 동정하며, 친정세력과 풍산 홍씨 세력과의 힘겨루기에서 친정 세력을 도울 수 밖에 없는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정조의 개혁 정책도 영조의 의리를 내세워 정국을 바꿔버린 노련한 정치력을 가진 정순 왕후의 모습을 그려 놓았다. 정순왕후에 대한 또 다른 연구를 기대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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