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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작성자 이지향 등록일 2015.10.30

사도세자 이야기는 당파싸움에 관련한 시선으로 보기 십상이었다. 드라마에서, 소설에서, 영화에서. 이렇듯 대중이 접하기 쉬운 매체에서 사도세자는 당파싸움에 희생된 가련한 희생자였고, 영조는 신하의 이야기만을 들은 채 아들을 죽이고 후회하는 어리석은 임금이었다. 하지만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출판한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는 이러한 대중적 관점과는 반대의 선상에 서 있다.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발행한 <영조시대의 조선> 시리즈 물 중 8번째 책으로, 임오화변(176274일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과 계기, 원인과 결과를 당파싸움이 아닌 영조와 사도세자 개인의 갈등으로 인지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은 1)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 2) 영조와 사도세자 3) 사도세자의 정신질환 4) 비극적인 사건, 임오화변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에서는 영조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임오화변의 원인을 부자간의 성격 차이로 보고 이야기를 푸는 만큼, 영조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어떠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조선 시대에선 임금의 정통성을 핏줄에서 찾는 만큼 적장자가 아니면 그 정통성을 위협받기 십상이었다. 또한 숙빈 최씨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밖에 내보내지 않았던지라, 현대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보노라면, 영조는 어렸을 때 사회화 과정을 바로 거치지 못한 것이다. 내 사람과 적, 이분법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립하다 보니 영조는 극단적인 애정을 쏟곤 했다. 영조의 성장과정이 지금과 달랐으면 임오화변같이 전무후무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사도세자 역시 바른 사회화과정을 거치지 못한다. 갓난아기 때부터 생모와 떨어져 적모도 아닌 나인의 손에서 자란 사도세자는, 세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영조의 입장에선 당신이 생모의 품에서 자라 겪었던 모든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그런 선택을 했겠지만, 그것은 결론적으로 사도세자와 영조의 사이를 갈라놓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말았다. 사도세자는 본디 성정이 영조와 정반대였던지라, 영조와의 관계에서 내내 삐끗댔고, 영조가 모진 말을 할수록 사도세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부자관계는 이렇게 악화되었다.

 

그리고 책은 사도세자의 정신적 질환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도세자는 영조와 관련된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 이는 영조의 무자비한 질책 때문이었는데, 영조가 바라던 세자와 사도세자의 모습이 갈수록 멀어져, 답답함과 실망감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조가 그럴수록 사도세자는 영조에게 반발하여 보다 대담하게 비행을 저지르곤 했는데, 사도세자의 이러한 행동들은 현대에 접어들어서도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관심을 바라며 부러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있다고 느꼈다. 반면 신하들은 임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사도세자의 비행을 감추기에 급급했는데, 이런 것들이 누적되어 터진 것이 마지막 장, 임오화변 이야기이다.

 

임오화변은 그 호칭이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이야기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듣는다. 그만큼 유명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임오화변에서 사도세자가 죽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사도세자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뒤주에 갇혔고, 또 그의 죽음이 어떠한 정국의 변화를 이끌어왔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한, 정조가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하였는지를 보여주며, 사건의 피해자와 수습자의 역할 모두 해내었다는 것을 새로이 조명한 것이 좋았다.

 

책에 기술된 내용은 이렇게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우선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의 시선과 달라서 좋았다. 역사라는 것이 본디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고, 절대적인 것은 없는 만큼 조심스러운 것인데, 기록은 존재하나 쉬이 묘사되지 않는 점에서 기성여론과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책의 도입부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다만 임오화변의 원인을 사도세자와 영조 간의 마찰로 바라보는 시선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중간으로 넘어갈수록 이야기의 중점을 사도세자에게 맞추어, 영조가 단지 세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뒤주에 가두었다, 하는 극단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좋은 책이었다. 읽을 기회가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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