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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년
작성자 이지향 등록일 2015.10.31

 

궁궐이라는 것은 조선 시대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라 생각하기 쉽다. 정치적인 면에서 나서는 것은 죄 남성이고, 여성은 그들의 수발을 들고, 안채에서 발을 드리우고 그저 자수를 놓는 것과 같은 무료한 삶을 지냈으리라 추측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궐에서 사는 여성은 보다 대담하게, 보다 당차게 나서는 여성도 있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혹은 친가를 위해서. 혜경궁 홍씨는 후자였다.

 

<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년>은 한중록과 조선왕조실록을 비교해가면서 저술한 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의 <영조시대의 조선> 시리즈 물 중 12번째 책으로, 기록을 바탕으로 해서 혜경궁 홍씨의 일생을 써낸 책이다. 책은 1) 탄생과 성장 2) 입궐 3) 남편 사도세자 4) 정조 키우기 5) 친정의 몰락 6) 말년의 위기 로 되어있고,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적으로 혜경궁 홍씨 시점에서 임오화란이 일어나기까지와 그 후의 궁궐 상황을 풀어냈다.

 

이 글을 보고 책을 읽고자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면, 본문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머리말을 꼭 읽고 들어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저자인 정병설 교수가 머리말에서 혜경궁 홍씨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한중록이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사설을 적어두었는데, 이것이 본문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큰 업적을 이룬 위인 역시 그러하듯이, 혜경궁 홍씨 역시 한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난 생명이었다. 이렇듯 책은 혜경궁 홍씨의 탄생과 성장으로 시작한다. 홍씨 일가는 본디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집안이었으나, 혜경궁의 조부께서 돌아가시고 가세가 급격히 기욺에 따라 어렸을 적엔 배를 곪았던 적도 있다고 쓰여있다. 하지만 그 어릴 적의 빈곤은 혜경궁 홍씨가 열 살이 채 되기 전, 세자빈으로 간택되는 것으로 극복하게 되었는데, 대신 혜경궁 홍씨는 어린 나이에 짧은 생을 살았던 친정을 나와 궐에 살게 되었다.

 

한중록에서 혜경궁 홍씨는 부군이었던 사도세자에 대해 썩 좋은 감정을 내비치고 있진 않다. 이것을 책 내에서는 이유와 감정 악화의 과정을 차차 설명하는데, 혜경궁 홍씨가 입궐하고 5년이 지나 혜경궁 홍씨가 관례를 치른 다음, 첫 합방 날에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명했다. 임금의 눈 밖에 난 세자에게 대리청정이란 무거운 짐 외의 것은 아니었고, 세자와 세자빈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갈수록 심해지는 영조의 대우에, 사도세자는 마지막에 이르러선 광인과 비슷한 상태가 되었고, 혜경궁 홍씨는 학질에 걸린 부군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남기며, 부군보다는 자신 친정의 권력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정 없이 신분만 존재하던 부부관계에선 당연한 일이었고, 궐 내에서 일어난 갖은 일들은 그들 관계를 멀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혜경궁 홍씨는 영민한 여성이었다. 사도세자 사후 정조의 위치가 위태로워질 것을 염려하고, 사도세자와 영조 사이의 문제를 어렸을 때부터 멀리 지냈던 것으로 생각한 혜경궁 홍씨는 정조를 영조의 주변에 머물게끔 하는 것으로 정조를 임금으로 키워냈다. 다만, 그 선택이 화가 되어 정조는 추후 집권하게 되었을 때 정 붙이지 않은 외척을 배척하는 것으로 자신의 왕권을 강화해, 조선 후기의 전성기를 이룩하였다.

 

혜경궁 홍씨의 집안은 혜경궁의 아들인 정조에 의해서 몰락했고, 혜경궁은 그런 아들에게 배신감을 느낌은 물론이거니와, 차후 정조가 사후에 한중록을 펴냄으로써 사도세자는 당파싸움의 선량한 희생자라는 정조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다. 한중록은 한가로이 쓴 기록이라는 이름 외에도 읍혈록(泣血錄)’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를 사도세자의 죽음을 비통해함이 아닌 친정인 홍씨 가문이 멸문해가는 과정을 비통해한다고 보면 아귀가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궁궐에서 큰 세력을 펼친 여성은 몇몇이 있지만,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권력을 쥘 수 있는 정도를 걸었음에도 외척가문이 멸망하는 등 비참한 몰락의 길을 걸은 여인은 혜경궁 홍씨뿐이 없지 않을까. 시어머니인 정순왕후 탓에 권력은 오랫동안 그녀의 바로 윗대에서 머물러있었고, 정순왕후 사후에 힘을 펼쳐보기도 전에 순조 대에 접어들어서는 세도정치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한중록을 남김으로써 역사가 다각적인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그녀의 업적은 크지만, ‘궐의 높은 사람이라는 정형화된 행복의 모습에서 이토록 불운할 수 있다니,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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