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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의 소설 『천수석』& 강문종 선생님과의 라디오방송 생생 체험기 2014-03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있는 2014년 3월,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발간되고 있는 조선 왕실의 소설 시리즈와 EBS 라디오방송 <고전읽기>가 만났다.

 

라디오방송 <고전읽기>는 배우 명로진, 개그우먼 권진영의 찰떡호흡으로 고전을 소개하고 읽는 ‘책 읽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전문 성우 백운철, 한미리가 함께 재연하는 『천수석』은 위보형, 이초혜, 간옥지 등 소설 주인공들이 마치 눈앞에서 움직이는 듯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방송의 마지막 날에는 강문종 선생님이 ‘보이는 라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천수석』과 고전에 대해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4년 3월 21일 오후, 『천수석』과 강문종 선생님과의 라디오방송 생생 체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조선왕실의 소설 『천수석』은 조선 왕실에서 널리 읽혔던 창덕궁 낙선재본 소설을 현대 독자들을 위해 현대어본으로 쉽게 엮은 책이다. 소설 『천수석』은 시중에서 도서를 구입하거나, 아래 링크를 통해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다.

 

 - 교보문고 E-Book: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Detail.ink?selectedLargeCategory=001&barcode=4808971058220&orderClick=LAN&Kc=
 - 메키아:
http://www.mekia.net/agency/bookView.do?bookCd=BK0000159394
 - 리디북스: http://ridibooks.com/v2/Detail?id=830000002&_s=ret&_q=%EC%B2%9C%EC%88%98%EC%84%9D

 

 

 

 

 

◦ 오늘은 스튜디오가 꽉 찼습니다. 『천수석』 전문가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강문종 선임연구원 나오셨습니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전공은 고전소설입니다. 이번 EBS <고전읽기>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한글필사본 소설인 『천수석』의 공동연구자로 참여했습니다. 연구책임자이시자 고전소설을 30년 넘게 연구하신 임치균 교수님께서 나오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현재 미국에 계셔서 나오시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 『천수석』이 현대어본으로 출간되기까지 ‘번역’을 하신건가요? 현대어본 번역이 무엇인지 또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한글을 한글로 번역’한 것입니다. 다소 생소한 표현이죠. 조선시대의 한글은 띄어쓰기가 없고, 한자용어가 많고, 아래하 한글이 쓰이는 등 조선시대식 표기가 되어있어 현대 독자가 이해하고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의 번역이 필요한 것이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매년 고전소설에 대한 기초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역주본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역주본을 바탕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어역을 하는 작업입니다. 『천수석』은 이 두 번째 작업의 결과물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 저는 제일 궁금했던 것이 제목의 의미였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 이름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샘천(川), 물수(水), 돌석(石)… 『천수석』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전공자인 저도 ‘천수석’이라는 제목은 조금 낯섭니다. 왜냐하면 다른 낙선재본 소설들과 제목 형태가 조금 다르거든요. 예를 들면 ‘윤하정삼문취록’이란 소설의 제목 뜻은 ‘윤씨, 하씨, 정씨 세 가문의 이야기’이고, ‘하진양문록’은 ‘하씨, 진씨 집안의 이야기’입니다. 『천수석』은 이런 제목들과 달리 직접적으로 뜻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낯설게 느껴집니다.
 옛날 한시를 보면 임천(林川)이나 수석(水石)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데,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표현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들입니다. 『천수석』은 현실을 벗어난 공간에서 공부한 주인공이 다시 복래산이라는 신선세계로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제목에 신선세계, 때 묻지 않은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함축적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습니다.

 

 

◦ 소설을 읽을 때 역동적인 SF를 상상할 수 있었는데, 괜히 그랬던 것이 아니네요. 그럼 이 조선왕실의 소설들은 구체적으로 어느 왕 때 읽혔나요.
대다수의 한글필사본 고전소설은 창작시기와 작가가 미상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언제 창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대략 19세기로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창덕궁 낙선재가 1874년에 건설되었고, 이후 이 소설들이 들어간 것을 보면 19세기 전반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왕실에 유입되어 왕실 여인들이 향유했을 것으로 봅니다.

 

 

◦ 그렇다면 현재 남아있는 고전소설은 몇 권이나 되나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는 낙선재본만을 기준으로 하면 총 84종 2000여 책이 있습니다. 그중 35종은 중국소설을 번역한 것이고, 순수 창작된 한글소설이 45종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 『천수석』의 결말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초혜는 나이가 30이나 되었지만 용모는 오히려 꽃 같았다.” 이 당시에는 30살을 굉장히 나이가 많은 것으로 생각했나요.
현대인들의 기준에서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구절이지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영조시대 수도 한양에는 인구증가로 결혼을 못한 남녀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재정적 지원까지 해주며 결혼을 도와주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많은 남녀를 다 결혼을 시켰는데 딱 한 쌍, 김희집과 신씨 여성이 결혼을 못했어요. 그 당시 사람들은 ‘도대체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못했다니 말이 되느냐’며 우려를 했습니다. 이때 이렇게 사람들에게 우려를 불러 일으켰던 노총각, 노처녀의 나이가 몇이었을까요?
 바로 남자가 31살, 여자가 24살이었습니다. 결국 두 남녀의 결혼은 이루어지고, 이를 모티브로 <김신부부전>이나 <노처녀가>, <동상기>와 같은 문학작품들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영유아사망률이 높아 평균수명이 짧았던 당시의 시대상이 잘 반영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내용 중 조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위보형과 설옥영이 이초혜의 계략으로 위배를 갔다가 노인을 만나 신선세계로 떠납니다. 갑자기 주인공들을 신선세계로 보내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주인공 위보형은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신선세계로 들어가지요. 신선세계로 들어간 위보형은 죽은 동창공주를 만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물이 실재 죽지는 않았으나, 죽음과 가까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작품의 서사구조 속에서 더 이상 이 등장인물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재로 위보형과 설옥영, 두 사람이 복래산에 올라간 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이 부분은 초월세계와 현실세계가 이어지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다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술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고전소설에서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서사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초혜와 간옥지는 참 모자라고 어리석다고 느껴집니다. 이 두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세요.
모자라고 어리석게 느껴지는 악역 인물이지만, 그중 이초혜는 주목해볼 만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강렬하게 바라던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상실감으로 이후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악행을 하게 됩니다. 원래 태어나기를 악하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서사구조상 악역이 된 것이죠.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의견도 있지요.

 

 

◦ 결국 『천수석』의 원작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건가요.
그렇지요. 작자미상의 소설이고, 전해지는 고전소설 대다수는 작자미상이며, 남성이 썼는지 여성이 썼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천수석』을 읽다보면 여성적 시각보다는 남성적 시각이 강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을 대하거나 평가하는 묘사를 보면 굉장히 남성적 시각이 두드러집니다. 아마도 남성작가가 쓰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 당시 조선왕실에서 읽던 소설들은 모두 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나요.
당나라가 드라마틱한 일이 많아서 소재가 되었던 것 같아요. 당태종의 건국 과정, 당현종과 양귀비, 나라가 망할 때의 다양한 사건 등이 있지요. 하지만 고전소설들이 모두 당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나라, 송나라, 명나라도 있습니다.
 하나 특이한 예로 <징세비태록>이라는 고전소설은 청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시대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 것도 특별하지만 청나라가 그 배경이라는 것에 주목할 만합니다. 왜냐하면 당시 중화주의가 강했던 학자들은 절대로 청나라를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청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청나라를 인정하는 내용의 소설이 등장했다는 것은 중국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던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죠. 그 외에도 원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도 있고 매우 다양한 배경의 소설이 있습니다.

 

 

◦ 중국을 배경으로 하면 독자층이 잘 모르기 때문에 허구로 소설을 쓰기 편해서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나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구이기 때문에 당시 조선사람들이 실재 경험하고 보는 것과는 다르고, 리얼리티는 떨어지죠. 또 정치적으로 어떤 사건이 휘말릴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일례로 <사씨남정기>는 숙종, 장희빈과 같은 사건에 연류가 되어있기도 하고요. 그런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죠.

 

 

◦ 『천수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로 권선징악 외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나요.
고전소설을 ‘권선징악’이라는 단어로 제한하여 접근하면 굉장히 단순하고 단편적인 이해만 할 수 있습니다. 고전소설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있고, 『천수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초혜의 성취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집착과 욕망, 곽숙비의 딸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그로 인한 악행, 간옥지의 성적인 욕망 등이 있죠. 단순히 악한 자가 망하고 선한 자가 성공한다는 구도로만 보기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는 책입니다.

 

 

[진행자]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말씀 나누다보니 우리의 고소설을 많이 읽어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됩니다.